[한지혜] 엄마와 아이의 관계 며칠이 지난 어느 오후도 기억난다. 아이를 씻기고 몸을 말리고 보습제를 발라주고 포근한 담요로 감싸 안고 베란다에 있는 의자에 앉아서 창밖을 바라보았다. 아이가 태어나던 무렵 물이 오르던 나무는 그새 꽃도 피우고 잎도 무성하게 달았다. 저것은 무슨 나무, 저것은 무슨 꽃 하며 눈 감고 조는 아이를 붙잡고 설명하다 퍼뜩 깨달았다. 내게는 가장 작은 이 반경이 이 아이에게는 태어난 이후 경험한 가장 큰 세상이 되겠구나. 훗날 아이가 자라서 저 혼자 어디로든 갈 수 있게 될 때까지 내가 움직이는 거리, 내가 움직이는 세상이 아이가 경험하는 세상의 전부가 될 것이었다. 이 아이가 만나는 세상의 처음과 끝을 모두 내가 결정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던 순간의 설렘도 생생히 기억한다. 그리고 또 이런 날도 있었다. .. 더보기 이전 1 2 3 4 5 ··· 109 다음